오롯이 나/오늘

[오늘] 230113 소바와 말모이

오롯이 나 2023. 1. 14. 05:48

잠실에 갔다.
십수 년 만에 영화 아바타 속편이 개봉한다고 해서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야 보게 되었다.
집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영화관이 있는데 동생이 10배나 선명하다는 설명에 꽂혀 꼭 그 화면으로 보고 싶다고 해서 잠실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우선 식사부터.
"무엇을 먹을까" 늘 쉽게 결단이 나지 않는 긴 논의 끝에 우리의 식사는 마제 소바와 아부라 소바로 결정되었다.

40분을 기다리고 자리로 안내받았다. 자리에 앉으며 음식의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재방문 의사 없음을 선언했다.
좁은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은 딱딱한 나무 간이의자는 식당의 인테리어라고 치더라도, 테이블이고 의자고 벽이고 어디에도 가방을 둘 곳조차 없었다. 그나마 공용 옷걸이 정도가 손님을 위한 편의 시설의 전부였다.
결국 우리는 가방을 멘 채로 식사를 해야 했다. 세상 불편한 자세로.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지 않을 수가 없다.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 크림이 올라간 커피와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둘 다 달아서 그냥 에스프레소로 주문하는 게 나을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프레소를 한잔 더 하려다 손님이 많아서 포기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

아바타, 역시는 역시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다. 다만 상영시간이 다소 길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좀 힘들었다.


당충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까 커피 마시러 가는 길에 본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기대했던 아이스크림은 평범한데 밀크티는 맛있었다. 다음엔 밀크티를 마시기로.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느지막이 저녁을 먹고 나서 습관처럼 텔레비전 편성표만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보니 영화 말모이가 방영 중이었다 왜인지 보고 싶어졌다. 내용은 이미 절반이 지나고 있었지만 이미 봤던 영화이니 상관없었다.

한국어는 현존하는 3천 개의 언어 중 고유의 사전을 가지고 있는 단 20여 개의 언어 중 하나이며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식민지 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의 언어를 온전히 회복한 나라이다.

나는 오늘 마제 소바와 아부라 소바에 아지타마고와 차슈를 추가해 먹고 에스프레소바에서 카페크렘과 리틀샷을 마시고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아바타를 보고 밀크티 아포가토를 먹었다.
그리고 말모이를 봤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새삼 우리말을 만들고 지켜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오늘 하루는 온통 일본어, 영어, 이탈리아어로 도배되었지만 이렇게 한글로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말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우리글이 있어서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