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책일기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오롯이 나 2022. 6. 13. 15:08

-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소설

지은이 문은강
펴낸곳 다산북스
발행 2019년 10월 25일
분량 265페이지
읽은날 2020년 10월 23일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다 시들해져 내려놓기도 하고 때론 시간이 허락해 주지 않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한 권을 읽는 게 보통인데 무슨 일인지 오늘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신선함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굉장히 신선하다. 등장인물 고복희의 독특함과 캄보디아 프놈펜이라는 배경이 주는 이국적 분위기,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캄보디아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묘사한 덕분에 읽는 내내 장면들을 풍부하게 상상할 수 있었고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 책을 읽었는데도 캄보디아의 한여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독자가 작품을 온전히 체험하게 만드는 건 글쓴이의 굉장한 재주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을 보니 8개월간 캄보디아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작품에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입체적인 캐릭터

등장인물 고복희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고복희의 인생과 대한민국의 시간이 절묘하게 겹치는 설정은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부연 설명 없이도 독자로 하여금 납득할 만한 충분한 배경 이야기가 되어준다. 고복희라는 인물이 아마도 상당히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아쉬움 2% 기대감200%

한편으로, 이야기의 초점이 고복희에게 맞춰지다 보니 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듯했던 인물이 결말에서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던가…
캐릭터의 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보이지 않는다던가…
그래서 재미있게 읽던 이야기가 다소 급하게 끝나버린 느낌이 남았다. 소설의 배경은 한 달이지만 마치 3박 4일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 점이 아쉽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최근 트랜드를 반영한 요즘 애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기성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한 묘한 매력이 있다.
책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말에서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음. 꽤 재밌었어 생각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라는 문장을 보고 나도 씩 웃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작가의 첫 장편이라니 묘하게 설렌다. 앞으로 작가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