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야매 득도 에세이

지은이 하완
펴낸곳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2018년 4월 16일
분량 286페이지
읽은날 2020년 9월 29일
와.우. 이렇게 읽기 힘든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꼬박 한 달 동안 들고서 읽다 내려놓기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다 읽었다. 하필이면 바로 앞에 읽은 책이 술술 잘 읽혔던 탓인지 더 더디게 느껴진 것도 같다.
영화를 선택할 때는 주연배우를 우선으로 본다. 줄거리는 미리 보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져서 보지 않고 영화를 본 뒤에 확인한다.
그럼 책은 어떻게 선택하느냐면 우선 제목과 책 표지 뒷면을 본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작가를 보고 선택하겠지만 모든 작가를 다 알 수 없으니 우선 눈을 사로잡는 제목에 손이 가고 그다음 책 한 권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을 표지 뒷장의 본문 내용 중 일부 발췌된 글을 읽어본다.
그 두 가지를 거치면 대부분 읽는다.
그리고 책을 잡으면 보통은 끝까지 다 본다. 보통은 재미있게 읽는다. 아주 간혹 보통의 경우가 아닐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랬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제목이 무척 좋았다. 아니, 사실 그냥 좋았다 보다는 더 좋았다. 마음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 저서 살짝 물결이 일었던 것도 같다. 우선 제목 합격.
"출발신호가 울리면 난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걸어갈 거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러니까 그런 날 편하게 봐줬음 좋겠어. 나도 편하게 생각할 테니까."
좋아 합격. 나는 이 책을 읽기로 했다.
1/4쯤 읽었을 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번 선택은 실패다. 도무지 읽히지가 않았다. 짧은 토막글들로 이루어진 어렵지 않은 문장이 왜 이렇게 읽기 힘들었을까?
나랑 맞지가 않아서다. 도무지 맞지가 않아서…
지은이는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는 자신의 인생을 건 실험이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을 건 실험을 한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의 3/4을 차지하는 내용이 "나는 그래서 이랬는데 좀 그렇기도 한데 뭐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였다.
실험이라며? 연구논문까지는 아니어도 실험 일지 같은 거라도 바랐는데 지은이는 열심히 일기를 써 주었다.
넌 내게 일기를 줬어
난 별로 남의 일기 같은 건 관심이 없다. 그런데 억지로 보고 있으려니 그것도 고역이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었다. 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선택에 대한 책임감으로 어찌어찌 읽었는데 영 기분은 개운하지가 않다.
그나마 마지막 4부의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의 내용은 괜찮아서 그래도 끝까지 읽기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 읽고 보니 아매 득도 에세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거야.
에세이니까.
제목에 혹해서 "야매" "득도"같은 걸 놓친 탓이야.
이렇게 또 하나 배우는 거지.
- 내게 남은 글
모두의 삶은 가십 헤드라인이 아닌 아주 긴 이야기,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결과만으로 어떤 사람을 평가 내리는 습관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내 삶을 평가한다.
…중략
우리에겐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중략
더 많은 이야기를 안다는 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중에서